본문으로 바로가기

최근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이 뚝 끊기며 여객기 이용자 수가 줄어들어 고심했던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일 것 같은데요. 하지만 대형 항공사는 여객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데도 수익이 오히려 악화하는 ‘수요 회복의 역설’에 빠질 수 있어 항공업계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침체기? 대형 항공사는 최대 실적

‘수요 회복의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물 노선 운항의 확대를 짚어봐야 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여객기 수송량이 급감하고 화물 수요는 증가하자 대형 항공사들은 앞다투어 화물 수송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기존의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여 운영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의 한 대형 항공사는 2020년 9월부터 여객기 총 7대를 화물기로 개조하여 화물 운송해 투입해 왔는데요. 팬데믹 기간 화물 운송에 주력하여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국내 상장항공사 실적 현황을 살펴보면 팬데믹 기간 동안 대형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화물 운송력이 높은 대형 항공사들은 역대 영업 이익을 기록한 반면, 화물 수송력이 낮은 저비용항공사는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해외여행 본격 재개로 도약하는 LCC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되고 있는데요. 대형 항공사는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이 하락과 화물 운송량 감소로 실적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LCC는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항공화물운임지수(TAC)의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6.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12.7달러)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는데요. 화물 운송량 역시 대한항공의 경우 2021년 4분기(10~12월) 20만 9540t에서 분기마다 감소해 작년 4분기(10~12월)엔 15만 3665t으로 1년 새 27%나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항공 화물 운임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기로 개조했던 항공기를 다시 여객기로 복원하며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에 대응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대형 항공사는 유럽·미국 등 중·장거리 수익 노선에서 주로 수익을 낸다는 점 역시 불리합니다.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며 증가한 항공 여객 수요 대부분이 일본·동남아 등 LCC가 주력인 단거리 노선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장거리 노선보다는 단거리 노선 수요가 급격히 성장했다는 점이 LCC 실적의 청신호가 되고 있습니다. 또, LCC가 코로나19 기간 여객 감소에 따라 대규모 적자로 손해를 입었음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미래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등 그동안 발 빠르게 리오프닝에 대비해온 것 역시 LCC의 실적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국제선 증편하는 항공업계, 소비자 불만도 커져

여객 수요 증가로 항공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지금, 지방공항은 오히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항공사들이 코로나19 기간 늘렸던 국내선을 줄이고 국제선 증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방공항은 대부분 국내선 위주이기 때문에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한 항공사는 지난해 10월 매일 한차례 운항하던 제주~여수 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12월에는 매일 두 차례 운영하던 제주~군산 노선 역시 철수하는 등 국내선 운항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주행 국내선 항공편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 불만 역시 커지고 있는데요. 해외여행으로 제주를 찾는 내국인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좌석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요금 역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제주 기점 국내선 탑승률은 91.1%로 좌석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데요. 같은 기간 주말 항공권 가격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처럼 국내선 수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은 줄이고 요금을 대폭 올리면서 제주도민과 관광객의 원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마침내 본격화된 리오프닝으로 항공업계가 급격하게 선로를 바꾸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대비하였을 때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Hits: 729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