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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고갈되어 가는 광물 자원의 확보를 위해 각국과 기업들이 심해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금속을 둘러싼 글로벌 자원 전쟁이 깊은 바닷속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심해에는 핵심 광물이 숨어 있지만, 채굴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입니다. 결정권을 가진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의 새로운 수장이 선출됨에 따라 심해 채굴의 적극적인 허용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육지보다 더욱 풍부한 심해 속 희귀금속

심해는 아직 인간의 손이 거의 다다르지 못한 미지의 세계입니다. 1%도 채 탐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해 속에는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생태계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중에는 육지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광물도 많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바다 곳곳에 ‘망간단괴’ 매장지가 분포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하와이 동남쪽 태평양 바닥에는 망간단괴가 널려 있습니다. 이 광석은 니켈, 망간, 구리, 코발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핵심 광물들입니다. 이 해역에만 약 75억 톤의 망간과 3억 4,000만 톤의 니켈, 7,800톤의 코발트, 그리고 2억 7,500만 톤의 구리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 육상 매장량과 비교하면 망간은 5배, 니켈 3배, 코발트 9배, 구리는 8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이곳 외에도 코발트·바나듐·백금이 풍부한 ‘고코발트 망간각’, 구리·아연·금·은이 섞인 ‘해저열수광상’이 지구의 깊은 바닷속에 흩어져 있습니다.

심해 채굴, 자원 고갈의 유일한 해법일까?

이에 따라 각국 정부나 기업들은 심해에서 중요한 광물을 캐내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광물을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고품질 광석 매장지는 빠르게 줄고 있고, 광맥을 더 깊게 파면 팔수록 비용은 증가하며, 삼림 파괴와 식수원 오염 때문에 주민 반발도 따릅니다. 반면, 심해 채굴은 비용 면에서 육상 채굴과 비슷하거나 저렴하며, 무엇보다 광활한 광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인도양과 태평양에 총 3개의 탐사 광구를 확보하고 심해 채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도 심해 채굴에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망간, 코발트, 니켈 같은 필수 금속을 심해 채굴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국제해저기구(ISA)에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가장 많은 탐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은 국제해저기구(ISA) 미가입국이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심해 채굴을 서둘러야 한다는 자국 내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심해 광물이 바닷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린 미국·영국·독일 공동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해저에 위치한 망간단괴는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로 나눔으로써 산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해저에 수백만 년 묻혀 있던 광석을 꺼내 올리면 해저 생물 서식지가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본격적인 채굴에 앞서 해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비영리단체 플레닛 트래커(Planet Tracker)는 기술적 복잡성으로 인한 운영비용 증가, 낮은 투자 수익률, 육상 광업 산업 가치 저하 등으로 인해 심해 채굴로 인한 산업 가치 손실이 최대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심해 채굴 금지 또는 유예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나라는 총 32곳으로, 프랑스와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와 팔라우, 피지, 사모아 같은 남태평양 섬나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해 채굴 향방 좌우할 국제해저기구(ISA) 사무총장 선거, 그 결과는?

1960년대부터 해저자원에 대한 탐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채굴이 이뤄진 적은 없습니다. 기술과 자본을 가지고 있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승인 권한을 국제해저기구(ISA)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UN) 산하 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는 인류 공동의 유산을 위한 심해 채굴 허가와 통제, 해양 환경 보호의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총 168개국과 유럽연합(EU) 등 회원국 중 36개 국가가 이사회로 선출돼 해저 활동에 대한 개별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이사회 국가로 소속돼 활동 중입니다. 현재 국제해저기구(ISA)가 발급한 탐사 계약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적도 태평양 지역의 해저를 대상으로 하며 중국, 러시아, 인도, 영국, 프랑스, 폴란드, 브라질, 일본, 자메이카, 벨기에 등과 함께 우리나라도 이 계약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저기구(ISA)는 상업적 심해 채굴을 위한 절차와 규칙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제해저기구(ISA) 회원국 간 심해 채굴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강렬하게 대립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전 사무총장인 마이클 로지(Michael Lodge)의 경우 심해 채굴을 육지와 같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원 고갈에 대비한 대안이라는 찬성파의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반대파인 브라질 출신의 레티치아 카르발류(Leticia Carvalho)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면서 상업적 심해 채굴 허용이 잠정적으로 유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심해 채굴 규칙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환경 보호와 계약자 권리를 균형적으로 반영한 합리적인 개발 규칙이 제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인류의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슬기로운 솔루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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