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점차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소비 문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격 대비심리적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소비하는 ‘홧김비용’ 등이 있는데요. 최근 가장 뜨거운 소비 문화는 ‘나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는 ‘크래프트 소비’입니다. 크래프트 소비란 무엇이고 왜 주목해야 하는지 알아볼까요?
크래프트란?
‘크래프트(craft)’는 일반적으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산품이 아니라 개인이 만든 공예품이나 소규모 기업이 자체 개발 제조법에 따라 만든 생산품, 또는 그런 제품을 만드는 행위를 의미합니다.[i]
크래프트라는 단어는 흔히 ‘수제’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요. 사실 엄밀히 말해 같은 의미의 단어는 아닙니다. 수제가 단순히 ‘직접 만든다’라는 의미라면 크래프트는 기술이나 기교를 포함한 개념이며, 보다 공들여 만든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craftsmanship’은 ‘장인 정신‘이라고 번역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크래프트라는 말 속에는 ‘정성’이나 ‘특별함‘ 같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취향과 가치를 충족시키는 ‘크래프트 소비’
최근에는 소비 시장의 주류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흔한 공산품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제품을 선호하는 ‘크래프트 소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자신을 차별화하고자 하는 MZ세대의 특성이 일상용품은 물론 ‘경험’의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이와 같은 ‘가치 소비‘가 일부 부유층에서만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버는 수입과 관계없이 제품의 기능성이나 심미성, 이미지와 비전 등 가격 외의 요소를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가 발달하며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크래프트 소비 역시 그 일환의 하나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신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대량 생산과 소비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인데요. 유행과 문화가 획일화되고 개인의 취향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했던 기성세대의 소비 성향의 반동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례로알아보는크래프트소비
실제로 최근 크래프트 소비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사례들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저항 정신에서 출발한 크래프트 맥주
‘수제 맥주’라고도 불리는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자이나 개인이 직접 개발한 제조법으로 만드는 고급 맥주를 의미합니다. 독특한 풍미와 희소성 때문에 인기가 있는데요. 본래 크래프트 맥주는 1979년 미국 정부의 홈브루잉(Home brewing)에 힘입어 기존 대형맥주 회사들이 만들던 밋밋한 라거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태어난, 소규모 양조장들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맥주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즉 크래프트 맥주에는 장인 정신이나 특별한 개성 말고도 ‘저항 정신‘ 역시 깃들어 있는 셈이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크래프트 맥주 역시 대형 맥주 회사에서 제조하는 제품들과는 차별화되는 맛과 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i]
- 천연 재료로 건강하게, 크래프트 콜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수제 콜라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수제 콜라 유행은 한 콜라 매니아가 100년 전 콜라 레시피를 재연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기성 콜라 제품과는 달리 천연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과 독특하고 개성있는 맛을 홍보하여 눈길을 끌었는데요. 2021년 6월에는 일본 펩시까지 수제 콜라를 만들기 시작하며 크래프트 콜라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제 콜라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ii]
- 환경을 생각하는 크래프트 패션
- 패션 업계에서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속 가능성‘을 모토로 다양한 크래프트 패션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패션 및 홈상품 브랜드인 토스트(Toast)는 수공예를 상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상품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수선이나 자수 등의 워크숍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하며 매장에서 수선 전문가가 옷을 수선해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파는 시대
경제와 기술의 발전으로 수없이 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그만큼 양질의 물건과 서비스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구매력과 눈높이가 높아지고 소비 성향이 개인화되면서 대량 생산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는데요. 이런 현실에 맞게 대형 브랜드에서는 한정판이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하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보호와 같은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소비 역시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을 반영해 탄생한 트렌드로, 소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크래프트 소비의 핵심은 ‘경험의 소비’입니다. 크래프트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짐에도 단순히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데요. 크래프트 제품으로 얻은 불쾌한 경험 역시 구매자는 SNS로 공유하며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양호한 품질과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야말로 크래프트 제품을 판매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죠.
남들과는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크래프트 소비 시장에서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까요? 내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소기업도 크래프트 소비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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