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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비자물가가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2023년에도 높은 물가가 이어질 전망에 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매우 높아졌는데 물가통계는 그에 미치지 않아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왜 체감물가와 통계 속 물가는 다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식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말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우리나라의 각 가정이 생활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작성하는 통계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많이 소비되는 대표품목을 지정해 실제 소비자 판매 가격을 조사하고 이 품목들의 개별 가격 변동을 종합하여 계산합니다.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의 대표품목은 총 458개입니다. 이때 각 대표품목이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매기는데요. 예를 들어 쌀에 대한 가구 지출 비중이 달걀보다 3배 더 많다면 두 품목이 모두 10%씩 상승하더라도 쌀 가격상승이 달걀 가격 상승보다 물가에 3배 더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 가구가 소비생활을 위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지만, 개별 가구는 그중 일부만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또, 가구 특성에 따라 전체 평균과는 지출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주택, 수도, 전기, 연료 부문의 지출이 높지만, 교육 부문 지출은 전체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가격 상승을 더 민감하게 잘 인식한다는 점 역시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달라지는 데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가통계 현실화를 위한 ‘배달비 물가지수’의 등장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보조지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로 공표하고 있는데요. 자가주거비란 자기 소유의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말합니다. 집을 임대하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임대료 수익(기회비용)이나 주택 구매를 위한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런 보조지표에 새로운 항목으로 ‘배달비 물가지수’가 추가될 전망인데요. 배달비 물가 지수는 배달비가 얼마나 오르거나 낮아졌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를 말합니다. 기존 외식 품목에서 배달비를 분리할 것인지 검토한 후 내년 중 별도 지표로 공표하며 소비자물가지수가 개편되는 2025년에는 별도 항목으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배달비 물가지수가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점점 높아진 외식 물가 상승률 속 ‘배달비’ 비중이 있습니다.


통계청은 현재 김밥, 치킨, 삼겹살 등 우리나라 국민이 즐겨먹는 39개 품목을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때 짜장면, 치킨, 피자처럼 배달 비중이 높은 일부 음식은 배달비를 함께 묶어 반영하고 있었는데요. 즉, 외식 품목에서 자장면의 가격이 1000원 올랐다고 했을 때 이것이 배달비가 올라서인지, 음식 가격이 올라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외식 산업에서 배달 음식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며 외식 품목에서 배달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는 외식 품목의 물가가 전년 대비 9.0%까지 오르며 3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달비를 따로 항목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통계청에서 물가통계를 보다 현실화하고자 외식 품목에서 배달비를 분리하여 앞으로는 더 정확한 외식 물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비의 변동 역시 쉽게 알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배달비 물가 지수, 배달비 상승 잡아낼까?


배달 업계에서는 배달비 물가 지수 공표가 되더라도 배달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배달비나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므로 배달비를 물가지수와 연관해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또, 이미 기획재정부에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의뢰하여 앱에 표기된 소비자 배달비를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배달비 공시 제도가 시행 중이기 때문에 이미 배달비가 외식 품목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적다는 점을 알 수 있어 향후 배달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배달비 공시제가 유명무실하므로 이번 배달비 물가 지수가 좀 더 실질적인 배달비 상승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라 보는 의견도 있는데요. 배달비 공시제는 배달방식이나 거리, 시간대 등에 따라 배달비가 바뀌는 것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22년 발표한 ‘10월 배달비 조사’ 자료에 따르면 5개 배달앱의 동일 음식점 가운데 9.9% 업체가 8월 대비 배달비를 평균 862원가량 인상하였으며 특히 심야나 기상악화 때에는 비용이 추가되어 8,000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계는 세상을 바라보는 거울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배달비 물가지수라는 지표가 새롭게 생겨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배달이 빈번하고 친숙한 일이 되었다는 의미일텐데요. 배달비 물가 지수의 등장으로 배달비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추 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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