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하며 장바구니 물가를 뒤흔들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 상승률도 0.06포인트 높아진다고 하니, 지금의 높은 환율이 곧 물가에 엄청난 한파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죠. 오늘날 환율은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지, 또 시장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왜 환율이 급등하고 있을까?
지금 원·달러 환율이 급증하는 이유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상 때문입니다. 지난달 15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1%에서 1.75%로 0.75%포인트 인상하였습니다. 보통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정할 때 한 번에 0.25%포인트 수준에서 올리거나 낮추는 데 비하면 무려 3배에 달하는 셈인데요. 이처럼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이상 인상하는 것을 ‘자이언트 스텝(거인의 발걸음, giant step)’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엄청난 폭의 상승이라는 의미이죠.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는 게 환율과 무슨 상관일까요?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에 따라 미국 금융기관들의 금리 역시 높아집니다. 우리가 은행 예금에 가입할 때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곳을 찾는 것처럼, 높아진 금리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려 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미국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려면 달러로 바꾸어야 하는데요. 그래서 너도나도 달러를 가지려 하니 달러 가치는 상승합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더 많은 원화가 있어야 달러로 교환할 수 있을 테니 원·달러 환율은 높아지는 것이죠.
Point! 기준금리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를 말하며 정확한 용어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대출 등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지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돈의 공급을 조절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금리 역시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아 함께 오르거나 내립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
물론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렇게 급히 올린 이유는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inflation)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수준이 계속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41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인플레이션을 맞이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강수를 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른다는 건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더 많은 화폐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예를 들어, 사탕 한 알을 살 때 100원만 지불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사탕 한 알을 사야 할 때 200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사탕의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변한 쪽은 사탕과 교환할 화폐의 가치일 것입니다. 즉 사탕 한 알은 그대로 사탕 한 알만큼의 가치가 있지만 100원짜리 동전 하나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사탕을 사려면 두 개의 100원짜리 동전이 필요해진 셈입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 하락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낮아진 화폐 가치를 끌어올립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화폐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바로 기준금리의 인상이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사람들은 높아진 금리로 이익을 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은행에 더 많은 저축을 합니다. 그러면 시중에 풀린 화폐가 줄어들면서 화폐 가치는 상승합니다.
산업계 울리는 고(高)환율 시대
문제는 급속도로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국내의 다양한 산업들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과 고환율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이겨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요. 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가격 역시 오르는 데다가 환율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는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코로나19의 여파에서 벗어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받던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반도체나 조선업종은 호황을 누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주로 수출로 이익을 내는 기업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외에 철광석, 니켈, 구리 등 원재료 수입이 중요한 업체들 역시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이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높아진 금리를 따라 미국 금융기관으로 돈을 옮기고자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투자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국내기업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금리 인상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면 달러가 국내시장에서 유출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돈은 항상 금리가 높아지는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원화 가치는 낮아지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데요. 이로인해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덩달아 물가가 상승할 위험이 크죠. 이미 국내 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니 끝을 모르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요 결국 국내 물가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가파른 금리 인상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기업들은 국내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비용 부담이라는 문제까지 동시에 짊어져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위기에 몰렸던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폐업 및 도산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적개선 기대되는 LX인터내셔널
하지만 모든 기업에 환율 상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데요. 3자 무역을 주로 하는 LX인터내셔널과 같은 종합상사는 환율 상승이 오히려 호재입니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이나 팜오일 등 자원을 비롯해 메탄올, PE/PP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과 가전 및 자동차용 철강재를 거래하는 사업을 주로 하는데요. 원자재를 수입하여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전혀 부담되지 않습니다. 또, 수수료 역시 인상되므로 수익 역시 증가하는데요. 실제 거래는 달러로 하지만 장부에는 원화로 환산하여 표시되기 때문에 가시적인 매출 역시 증가합니다.
실제로 이미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LX인터내셔널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어 왔습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월 한국유리공업을 5,925억 원에 인수하는 등 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해오고 있는데요.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도약할 LX인터내셔널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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