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 하면 흔히 드라마 속 80~90년대 대한민국의 풍경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전당포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추억의 공간’처럼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사라진 줄만 알았던 전당포를 찾는 이들이 최근 늘어나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당포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MZ세대의 이용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추억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전당포
전당포는 전당(담보)를 잡고 돈을 꾸어 주어 그 이자로 수익을 내는 가게를 말합니다. 구한말에 처음 등장했던 전당포는 개인의 신용도와 상관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데다 불법 추심의 수준도 다른 사금융에 비해 약해서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일반 은행의 문턱이 서민에게는 너무 높았기 때문에 전당포가 일종의 구제금융 역할을 담당해왔죠.
그러나 요즘은 전당포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부 업체 수는 1만 4014개(2010년)에서 8455개(2020년)로 39.7%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대부 업체 개인 이용자 수 역시 같은 기간 220만 7,000명에서 138만 9,00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MZ세대가 전당포를 찾는 이유
하지만 최근 전당포에 새로운 활력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MZ세대가 소액 급전 대출을 위해 전당포를 방문하는 일이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MZ세대가 전당포를 방문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서 전당포의 대출이자 부담이 적어졌다는 점입니다. 지난 10년간 전당포가 감소한 배경에는 법정 최고 금리 인하가 있었습니다. 1962년 이자제한법이 제정되던 당시 연 40%였던 법정 최고 금리는 재작년 7월 20%까지 낮아졌는데요. 월 이자로 환산했을 때 1.66% 수준입니다. 10만 원을 빌렸을 때 매달 1,660원을 이자로 내야하죠. 이처럼 부담이 적은 이자 덕에 전당포에 소액 대출을 문의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은행 신용대출과 달리 신용등급 조회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빠르게 급전을 빌릴 수 있다는 이점입니다. 신용대출에 ‘대출절벽’을 느낀 저신용·저소득 청년층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죠.
전당포에 맡기는 담보물의 성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과거에는 주로 가전제품이나 귀금속 등 주된 담보였지만, 최근 전당포를 방문하는 MZ세대는 소형 IT 제품 종류를 주로 맡긴다고 하는데요. 소형 IT 제품은 목돈이 없어도 할부나 약정으로 쉽게 구매하여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를 담보로 맡겨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이들이 전당포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는 대개 ‘급전’ 때문이었는데요. 카드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때에 직장 월급이나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날과 카드대금 납부일에 차이가 생기면 전당포를 찾아 잠시 돈을 빌리고, 돈을 받으면 갚는 구조입니다.
전당포 업계는 불황? 호황?
이렇게 전당포를 이용하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전당포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당포를 포함한 대부 업체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6월 8조 5486억원으로, 2021년 말(7조 6131억원) 대비 12.3% 최근 늘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용률이 증가했다고 해서 정말 호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법정 최고이자율을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전당포가 사무실 임차료 등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며 그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 이자율로 500만 원을 빌려주면 매달 8만 원밖에 벌지 못하는 데다 종종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당포의 수익률이 높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 이와 같이 저신용·저소득층에게 최후의 보루인 전당포의 청년 이용률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전당포가 이들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인데요. 전당포의 수익률이 악화하며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당포마저 사라지면 경제적 기반이 없고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우려되고 있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전당포가 저신용·저소득 청년층의 마지막 지지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가 저신용·저소득 청년층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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