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심한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며 이상기후를 실감한 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가 올해 경험한 ‘극한 기후’에는 엘니뇨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엘니뇨는 날씨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인데요. 엘니뇨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폭염으로 위협받는 지구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 현상으로는 라니냐가 있습니다. 엘니뇨나 라니냐는 둘 다 지구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류가 번성하기 전부터 있던 현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엘니뇨와 라니냐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폭우, 홍수 등 심각한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올여름 극심한 폭우와 폭염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죠.
앞서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지구적으로 엘니뇨가 발달하고 있으며, 7~9월 엘니뇨 발생 확률은 90%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더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엘니뇨가 통상보다 강하게 나타나 해수면 온도가 2℃ 이상 높아지는 것을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는데요.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미 슈퍼 엘니뇨의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엘니뇨가 불러오는 기상이변은 단순히 자연재해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농작물의 작황과도 연관이 깊은데요. 아시아 지역은 엘니뇨의 직격탄을 맞아 가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원당(설탕)과 커피 등의 가격이 오를 전망입니다. 한편 반드시 작황이 나빠지기만 하는 건 아닌데요. 옥수수, 소맥(밀), 대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강우량이 풍부해지면서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3년간 이어진 라니냐로 인해 대두 공급이 크게 줄어든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는 그나마 반가운 소식입니다.
엘니뇨, 투자 시장의 기회가 되다
이처럼 엘니뇨의 영향으로 들썩이는 전 세계 농작물 작황 탓에 슈거플레이션으로 인한 식량 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은 설탕(sugar)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설탕 가격이 급등하며 식품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설탕은 빵이나 과자, 음료수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설탕 가격이 오르면 광범위한 제품 가격 상승이 발생합니다.
이미 국제 설탕 가격은 올해 6월까지 1년간 41.9% 급등한 상황인 데다, 국제 에너지 가격으로 사탕수수 대신 설탕을 에탄올 생산에 투입한다는 점 역시 앞으로 슈거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인데요. 설탕 가격이 4개월에서 1년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은 이제 막 시작된 셈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엘니뇨와 슈거플레이션으로 흔들리는 세계 시장이 흔들리는 지금이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데요. 특히 직접적인 날씨나 외부 환경을 덜 받으면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팜이나 대체육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다수의 팜유 생산국이 모여있는 적도 부근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팜유 생산 감소의 영향으로 향후 팜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팜유 투자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엘니뇨와 기후 위기를 맞이하는 지금, ‘ESG경영’이 중요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영국의 기후 정보 웹사이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가 수집한 1850년부터 올해 5월까지의 이상 기후 현상 504건에 대한 연구 보고서 4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오늘날 이상기후 현상의 70%는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기후 위기에 인간이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와 기업, 개인에게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S&P 글로벌 서스티너블1에 따르면 S&P 글로벌 1200에 속한 대기업 98% 이상이 2090년까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느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불이나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에 기업의 물류창고나 데이터센터 같은 자산이 노출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특히 에너지, 유틸리티, 소재 섹터의 S&P 글로벌 1200 기업의 70% 이상은 기후 변화의 물리적 위험이 20%를 넘는 자산을 적어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후 변화가 실제로 기업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후리스크로 인해 발생하는 자산가치 변동은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이 기후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기후에 대한 ESG 정보공시’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가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주요 20개국(G20)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있습니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자발적으로 TCFD를 적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앞으로 기후 변화가 본격화하면 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 능력은 ESG 경영의 관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평가될 전망입니다.
기후 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 ESG 정보 공시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각 기업의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기후리스크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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