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인공지능) 시장의 기술 경쟁이 뜨겁습니다. 오픈 AI가 개발한 ‘챗GPT’의 등장으로 범인공지능(AGI) 시대가 다가온 것입니다. 최근에는 중국판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경쟁 구도가 더욱 요동치고 있습니다. 전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이를 두고 “AI 경쟁의 전환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가성비 AI’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 딥시크의 강점과 각국의 반응, 그리고 이후 기술 행보까지 알아봅니다.
AI 시장에 경종을 울린 ‘딥시크’의 등장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기업 딥시크가 본격적인 수익화 시도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저렴한 비용으로 빅테크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LLM(거대언어모델) ‘딥시크 V3’를 공개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이후, 올해 1월10일 V3를 기반으로 추론에 특화된 챗봇 ‘딥시크 R1’을 애플 앱스토어에 선보인 것입니다. 그 결과 출시 후 2주 만에 챗GPT를 제치고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LLM은 사람의 언어 작업을 위해 설계된 생성형 AI 중 하나로 책, 기사, 인터넷 게시물 같은 텍스트, 이미지 등을 학습해 인간의 문자나 문장을 인식, 번역, 예측 및 생성할 수 있습니다. 딥시크는 특히 놀라운 LLM 성능으로 주목받았는데, 천문학적인 투자로 연산 능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다하는 미국 빅테크에 버금가는 성능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딥시크가 R1 출시 직후 AI 모델 개발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한 논문에 따르면, 딥시크 V3는 불과 2,000여 개의 GPU를 AI 모델 학습에 투입하고, 엔비디아가 따로 만든 수출용 저사양 GPU 제품을 사용해 탄생했습니다. 모델 학습 비용도 557만 6,000달러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미국 메타가 자사 최신 AI모델 훈련에 사용한 비용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R1 역시 빅테크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됐습니다.
딥시크는 또한 자사 제품의 원본 코드를 오픈소스로 모두 공개해 버렸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원본 코드를 열람하고, 수정하며 배포할 수 있는 개방형 가중치(open-weight) AI가 된 것입니다. 코카콜라가 콜라 제조법을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딥시크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된 메타와 알리바바의 LLM을 추가 학습시켜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미•중 AI 경쟁의 본격 시작?

미국의 수출규제 속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빅테크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진 AI 모델을 만들어내자 딥시크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입니다. 딥시크 대표인 량원펑은 중국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그의 연구팀 모두가 중국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마친 국내파 인재들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AI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인 블룸버그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 분야 선두 주자로서 미국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으며, 로이터통신도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와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및 AI 역량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효과에 대한 보편적인 견해를 뒤집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인 레이드 호프먼은 언론을 통해 딥시크의 AI가 “믿을만하고 실행 가능한 모델”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게임 시작을 보여주는 큰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오픈AI의 크리스 르헤인 글로벌 부문 부사장 역시 미국 경제매체를 통해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AI와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권위주의 AI가 매우 현실적으로 경쟁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아직 중국 AI가 미국 경쟁자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의 성능이 “새롭지 않다”면서 “오픈AI에는 전에도 이 정도 수준의 모델은 있었다”고 말했으며,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AI 기업 xAI의 CEO를 겸하고 있는 미국의 일론 머스크 역시 딥시크가 “AI 혁명이 아니다”라며 “xAI와 다른 기업들이 곧 더 나은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구글의 AI 계열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대표는 딥시크가 “‘증류’라는 방식으로 기존 서방 LLM에서 자료를 추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증류는 AI를 훈련할 때 광범위한 원시 자료가 아니라 이미 다른 AI가 풀어놓은 답을 이용해 훈련하는 기법으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충격의 딥시크, 다음 스텝은?

무엇보다 딥시크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장 큰 이유는 정보·데이터 유출 우려입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따르면, AI 모델 학습 등을 위해 사용자의 생년월일과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비밀번호 등을 수집하고, 이용자들이 입력한 키보드 패턴, 오디오, 파일, 채팅 기록과 다른 콘텐츠를 수집하고 회사 재량에 따라 해당 정보를 법 집행기관 및 공공 기관과 공유할 수 있으며,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필요한 기간 동안” 중국에 있는 안전한 서버에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와 관련한 분쟁은 중국 정부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딥시크 앱을 통해 중국 정부로 사용자의 광범위한 정보·데이터를 유출할 수 있고, AI 학습 과정에서 이용자 정보 등을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려가 커지자, 딥시크의 AI 앱 이용을 금지하거나 이용 자제를 권고하는 세계 각국의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와 일본에서의 딥시크 차단이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도 정부 기관, 금융권·증권가, 각 지자체 등에서 딥시크를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중앙 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보안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딥시크와 챗GPT 등 생성형 AI 사용에 유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입니다.

더불어 딥시크의 AI 모델이 ‘탈옥(jailbreaking)’ 공격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탈옥은 AI 시스템에서 제작사가 미리 설정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질의어 필터를 우회해 의도하지 않은 답변이나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AI가 불법 행위 정보를 알려주거나 가짜뉴스를 만들 수 있어 AI의 위험적 요소로 분류됩니다.
또한 국내의 한 업체가 딥시크를 직접 테스트한 결과, 악성코드를 생성할 수 있는 위험도 7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한 언론에서는 질문하는 언어가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에 따라 딥시크의 답변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으며, 최근 국정원 또한 딥시크의 기술 검증을 실시한 결과 동북공정∙김치∙단오절 등 질문 시 언어별로 답변이 상이한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은 미·중 AI 전쟁에서 딥시크로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AGI 부문 인재를 공격적으로 모으며 분위기를 이끌어가겠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첫 등장부터 충격 그 자체였던 만큼 이후 행보에도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딥시크는 최근 사업자 등록 서비스의 사업 범위에 ‘인터넷 정보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딥시크가 연구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권을 가름할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AI, 그 패권을 누가 거머쥘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AI]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LLM] 거대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
*[AGI] 범인공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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