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팬데믹(Pandemic)’이라는 단어는 전 세계가 멈춰 설 만큼 감염병의 위력이 크고 치명적이라는 걸 각인시켰습니다. 약 7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국가 간 교류가 끊기는 참혹한 재앙을 겪은 뒤, 세계는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적인 대응 체계 마련에 힘써왔습니다. 이번에 정식 채택된 ‘팬데믹 협약’은 미래 감염병의 대유행을 막기 위한 글로벌 시스템이자 국제 조약입니다.
WHO, 만장일치로 ‘팬데믹 협약‘ 정식 채택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팬데믹 협약’이 지난 5월 20일 정식으로 채택됐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연례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전날 투표에서는 125개국이 찬성했고, 반대한 국가는 없었습니다. 폴란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이란 등 10개국은 기권했습니다. 총회 당일에도 이의를 제기한 국가는 없었고, 이에 따라 협약은 공식 채택됐습니다. 3년에 걸친 논의 끝에 마침내 모두의 동의 아래 법적 효력을 가진 협약이 탄생한 것입니다.
팬데믹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 대응 방법 정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향후 팬데믹 발생 시 각국이 보호장비 조달을 함께 조율하고, 사람과 동물을 아우르는 질병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WHO 회원국이 저소득 국가에 의약품을 우선 배분하고, 이들이 스스로 백신과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 있든 필요한 의약품과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협약에 참여하는 제약사는 팬데믹 재발 시 자사가 생산하는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의 20%를 WHO에 우선 할당해 저소득 국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이번 협약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기도 합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백신과 주요 의약품을 과잉 비축하거나 사재기했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저소득 국가들은 물량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WHO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기준과 규범을 바탕으로 대응할지를 논의해왔고, 그 결과 공정한 공중보건 체계를 위한 팬데믹 협약이 마련됐습니다. 이제는 보건 취약 국가의 국민도 팬데믹 상황에서 외면받지 않는 공정한 대응 시스템이 생긴 셈입니다.
이번 협약은 오는 7월 예정된 추가 협상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며, 이 협상에서는 병원 간 정보 공유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 타결까지는 1~2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WHO 회원국인 우리나라도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해 팬데믹 협약 채택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정부 대표단은 WHO 주요 회원국 대표 및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처장과 만나 2026~2027년 WHO 프로그램 예산과 보건 정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정부 대표단 수석 대표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출국에 앞서 “자연재해와 신종 감염병 등 국제적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WHO 회원국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WHO 지원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대한민국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국제 보건 현안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WHO 예산의 약 5분의 1을 부담해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WHO 탈퇴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이번 협약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협약 불이행 시 적용될 제재 수단과 방식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극복이 어렵다는 교훈을 전 세계가 경험한 만큼, 회원국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이번 팬데믹 협약이 앞으로의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공동의 방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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