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극한호우’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이상 동시에 관측될 때를 말하는데요. 지난 7월 11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극한호우에 대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가 불러온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심각한 기후 변화의 원인은 과도하게 높은 탄소 배출량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탄소 배출량과 관련해 ‘탄소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탄소예산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요?

탄소예산이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3월, 제6차 기후변화평가 종합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탄소예산’인데요. 탄소예산이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특정 온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말합니다. 만약 탄소예산 이상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특정 온도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여기서 특정 온도는 대부분 1.5℃ 이상을 말합니다. 1.5℃ 이상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한 목표치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인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1.5℃를 넘어서서 2℃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를 경우 북극 생물 중 15~40%가 멸종 위기에 처하며 해수면이 7m 상승할 것으로 과학계는 전망하고 있는데요. 한국해양공단에 따르면 해수면이 7m 높아질 때 우리나라에서는 여의도의 954배에 달하는 면적이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탄소예산이 왜 주목받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탄소예산이 고갈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이후 탄소예산 잔여량은 500Gt(5,000억t)에 불과합니다. 1850년 이후 2019년까지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2,400Gt이었으나, 현재 그 중 5분의 4가 이미 소진된 것입니다. 2019년 전 세계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량이 590억t이므로 향후 10년 내에 탄소예산은 고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일부 과학자들은 실제 탄소예산의 총량 역시 감소하였기 때문에 탄소예산 고갈 시기가 10년보다도 훨씬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요. 피어스 포스터 영국 리즈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금 증가하고 있는 탄소 배출량과 감소한 에어로졸 농도의 영향으로 2023년 현재 잔여 탄소 예산이 2020년 대비 절반 정도로 감소한 2,500억t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전 세계가 매년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적은 양인 약 380억t만 배출한다고 가정해도 6~7년 이내에 고갈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탄소예산, ‘7년’ 남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1.5℃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제한을 위해 우리나라에 부여된 탄소예산은 총 45억t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연간 5억 9,800만t으로 세계 9위에 달합니다.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남은 탄소예산이 많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탄소를 감축해 본격적인 ‘탄소예산 아끼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지난 3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2018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 부문의 감축 부담을 덜어주고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안의 14.5%에서 11.4%로 낮추고, 부족한 감축분은 원자력 발전, 국제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로 보충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사실상 탄소감축 실효성이 떨어지는 CCUS 비중을 높이고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추는 이 정부계획안대로는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탄소예산의 90%가량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결국 지금 이대로는 약 7년 후 우리는 전체 탄소예산의 남은 9%만을 가지고 버텨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예산이 고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건, 달리 말해 이미 지구 평균기온이 상당히 올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탄소예산은 어디까지나 1.5℃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목표이며, 탄소예산이 고갈에 가까워질수록 1.5℃ 상승이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이미 인류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하여 2011년~2020년 지구 평균 기온은 1860~1900년 대비 1.09℃ 상승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IPCC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상황대로라면 2040년이 되기 전 지구 평균 기온은 1.5℃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더욱 탄소 감축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폭염과 홍수를 넘어서는 극한의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IPCC는 세대 간의 불평등을 강조하였는데요. 현재의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덜한 2020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악영향을 가장 크게 경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IPCC 보고서에서는 만약 높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현재 태어나는 세대가 80세가 되는 시점에서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의 상승이 무려 4~5℃에 육박하게 된다고 전망하였는데요. 과학계에서는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6℃ 상승할 때 육지와 바다 생물의 95%가 전멸한다는 전망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상상도 허황한 것만은 아닙니다. 향후 10년간의 탄소 저감 정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급진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하여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의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인데요. 전 세계의 탄소 저감이 성공하여 기후 변화를 부디 멈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Hits: 365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