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로 ‘돌(Lithos)’에서 그 이름을 따온 원자번호 3번, 리튬(Lithium)은 최근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주목받고 있는 광물입니다.
리튬은 배터리 속 에너지의 밀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수산화리튬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에, 탄산리튬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에 쓰이고 있습니다.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리튬의 가치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리튬에는 ‘하얀 금(white gold)’이나 ‘새로운 석유(New Oil)’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자원인 만큼 어떤 지역에서 리튬이 생산되느냐는 전 세계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대규모 리튬 매장지가 새롭게 발견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중국, 100만 톤 규모의 리튬 매장지 발견
지난 1월 19일 중국 자연자원부는 쓰촨성 야장현에서 약 100만 톤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새로 발견된 리튬 매장지는 중국 내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지난해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세계 리튬 자원량은 9천8백만 톤으로, 이번 중국 리튬 매장지의 추가 발견으로 세계 리튬 자원량이 1%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새로운 리튬 매장지를 발견한 것은 글로벌 자원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국이 에너지와 자원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자원 탐사에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리튬으로 커지는 중국의 입지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발견된 리튬의 약 7%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7%라는 수치 자체는 높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리튬 정제 기술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제련 리튬 화합물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합니다. 또, 중국 EV100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70%가 중국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리튬 시장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에 힘입어 2023년에는 중국의 리튬 전지 및 태양 전지, 신에너지차(전기차 등)를 통합한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85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발견된 100만 톤 규모의 새로운 리튬 매장지는 리튬 공급망 및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전망입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리튬을 채굴하는 경우 수출용보다는 내수용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자원 리튬 발견했지만…리튬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세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리튬 가격은 최근 급속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는 리튬이 실제 수요에 비해 과잉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철강금속 전문 매체 패스트마켓 (Fastmarkets)의 배터리 원자재 분석가 조던 로버츠에 따르면 현재 생산업체들은 생산 원가 이하로 리튬을 판매하고 있어 리튬 가격이 거의 최저점에 이른 상태인데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더욱 많이 이루어지면서 시장의 균형에 따라 가격이 내려간 것입니다.
로버츠는 리튬 수요는 2024년 전년 대비 10~15%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올해도 리튬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어 지금과 같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세계적인 뉴스 통신사인 영국 로이터통신 역시 공급 증가가 수요 증가를 앞지르며 중국의 탄산리튬 가격이 2024년에는 현재 수준에서 3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차전지 업체는 수개월 전부터 리튬을 미리 비축해 두기 때문입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가격 역시 함께 하락합니다. 결국 비싸게 비축해 둔 리튬으로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손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리튬 가격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공급이 줄어들거나 전기차 판매 호조 등으로 리튬 수요가 증가해야 하는데요.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리튬 가격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액 중 95.8%가 중국에서 수입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리튬 매장지 발견으로 리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요. 새로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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