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자기공명영상장치)에서 우주 탐사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헬륨. 수소에 이어 우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원소이지만, 지구에서는 늘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에는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최대의 헬륨 공급자 역할을 해 온 미국 연방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 헬륨 저장 시설을 매각하기로 해 전 세계 산업계와 과학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헬륨 저장 시설의 매각을 선언한 미국
미국 연방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 헬륨 저장 시설을 매각하기로 하고 입찰과 인수를 진행 중입니다. BLM(미국 국토관리국)의 헬륨 저장 시설은 거의 한 세기 동안 세계 최대의 헬륨 공급자 역할을 해왔는데요. 저장 시설에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 결국 민간 기업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필수 헬륨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과학계 역시 다수의 연구 활동에 사용되는 헬륨의 공급 불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의 헬륨 세계 시장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던 가운데, 미국 정부의 헬륨 저장 시설 매각 소식까지 더해져 전 세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비상 불 켜진 글로벌 헬륨 공급, 현재 상황은?
헬륨은 공기보다 가벼워 풍선이나 비행선을 비롯해 우주탐사선 등 군사 정찰, 기상 연구, 천체 관측 목적으로 기구를 띄우는 데 사용됩니다. 또한 비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다른 원소들과 반응해 폭발할 위험이 없어 안전하므로, 컴퓨터 칩과 LCD와 광섬유 및 반도체와 같은 민감한 제품을 제조하는 데 유용합니다. 헬륨은 끓는 점이 섭씨 마이너스 270도에 가까워 지구상에서 가장 차가운 원소로 분류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양자컴퓨터와 MRI 기기 내부의 초전도 자석을 냉각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마트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찍는 바코드 스캐너의 레이저에도 헬륨이 쓰이며, 잠수할 때 필요한 산소통에도 산소와 함께 안전한 헬륨이 들어갑니다.
이처럼 헬륨의 사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헬륨의 양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헬륨의 매장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CGA(고압가스협회)에 따르면 현재 매장량과 연간 세계 소비량을 고려했을 때 20~30년 이내에 헬륨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에 들어 있는 헬륨의 양은 0.0005%에 불과해 대부분 천연 가스전에서 얻어집니다. 지각 깊은 곳에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서 헬륨이 형성되는데, 일부 지역에서 암석에 갇혀 있는 형태로 발견되어 추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헬륨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제한적이며 현재 주로 미국, 카타르, 알제리, 러시아 4개국에서만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난 2021년에는 BLM의 원유 헬륨 농축 장치가 4개월간 정비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 세계 헬륨 시장이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헬륨 공급이 출렁이고 있던 가운데, 미국의 헬륨 저장 시설 매각 소식이 들려옴에 따라 전 세계는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헬륨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헬륨 시장
현재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헬륨 소비량은 연간 약 2,200에서 2,300톤 수준으로, 헬륨 수입 규모가 2019년 약 1,600억 원에서 2022년 약 2,500억 원으로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헬륨이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내 제조업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의료 산업까지 헬륨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면서 우리나라는 수급 조절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됐습니다. 글로벌 헬륨 공급 동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움과 동시에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습니다. 상온 초전도체와 같이 헬륨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나 우주에 100만 톤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륨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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