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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리 가격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엔 1만 1천 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이 에베레스트산의 기슭에 있다”라며, 내년엔 톤당 1만 5천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구리 공급 차질로 인한 산업 전반의 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석유, 구리

구리는 저탄소·지속 가능 경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핵심 금속으로 꼽힙니다. 전기와 열 전도성이 뛰어나 전기차 배터리 및 풍력·태양광 발전 등에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AI 관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전력망,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구리는 더 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이에 칼라일그룹 에너지부문 최고전략책임자 제프 커리는 “구리는 새로운 석유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구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량은 충분치 않아 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프라 자산운용사 맥쿼리그룹은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연간 200만 톤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는 전 세계 구리 소비량이 2023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2.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2034년에는 잠정적으로 구리가 약 475만 톤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글로벌 구리 공급 쇼크

구리는 알루미늄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비철금속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광산들의 생산 차질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요 원산지에 이상 기후로 인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리와 같은 광물 원석을 분쇄하거나 불순물을 분리하고 장비를 세척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어마한 물이 필요한데, 주요 구리 광산이 수자원이 충분하지 못한 지역에 있다 보니 가뭄에 특히 취약한 것입니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6월 24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국제 원자재 전반의 수급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2050년까지 전 세계 구리 광산의 54%가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구리는 일부 국가에 매장량이 몰려 있는 대표적인 자원입니다. 칠레, 페루, 콩고 3개 나라가 전체 매장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합니다. 특히 세계 구리의 30% 정도를 생산하는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는 이미 극심한 가뭄으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칠레 국영 광산기업 코델코는 지난해 물 부족 등의 여파로 25년 만에 가장 적은 132만 5,000 톤의 구리를 생산했습니다. 칠레 최대 구리·리튬 매장지인 북부 안토파가스타주를 기반으로 한 광산기업 안토파가스타PLC는 15년째 지속된 가뭄으로 저수지 물이 고갈돼 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안토파가스타PLC 구리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습니다.

구리 가격이 계속 뛴다면?

이처럼 이상 기후 영향까지 겹쳐 구리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되면서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의 상승이 예상됩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구리 광석 공급은 그동안의 미진한 투자에 따른 광산 노후화, 신규 광산 프로젝트 부족 등으로 단시일 내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내년 평균 구리 가격을 톤당 1만 5천 달러로 내다봤다면, 구리 시장의 큰손인 헤지펀드 앙두앙캐피털의 피에르 앙두앙 창립자는 2028년 구리 가격이 톤당 4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구리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광산 투자는 물론 자급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 제련소 설비를 짓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부터 구리 정광(불순물을 제거한 구리 광석)등 광물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리 제련소를 건설 중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자원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민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광물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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