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대한 우리나라의 투자 규모는 60~70년대 자원 개발을 시작으로 경제 성장과 함께 빠르게 늘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내수 시장과 아세안 역내 시장 진출 거점을 위한 분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핵심 광물인 ‘니켈’이 있습니다. 2023년, 전세계와 아세안에 대한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는 전년 대비 41.6% 증가했습니다. 2019년 1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투자 규모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약 20억 9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기존의 베트남 중심의 對아세안 투자 구조가 對인도네시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니켈의 나라’ 인도네시아
현재 전 세계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느리지만 긍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2024년 1분기에 GDP 성장률 5.11%를 기록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올해 인도네시아 경제가 5.0%, 내년에는 5.1% 성장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IMF도 인도네시아가 향후 5년간 주요 신흥국 그룹 가운데 성장률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광물 자원을 바탕으로 광물 생산을 활발히 하며, 글로벌 광물 자원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됩니다. 니켈, 주석, 코발트, 동, 보크사이트 등 필수 산업 원료 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보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약 5,500만 톤으로 세계 1위, 전 세계 매장량의 약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3년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약 18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이 다른 주요 생산국들보다 순도가 높고,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위치가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시장과 가깝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 핵심 광물인 니켈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도네시아가 원광 수출 금지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
그러나 현재 인도네시아는 니켈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원광 수출보다 국내에서 가공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9년에 신광업법을 제정해 광물 수출 업체들이 5년 이내에 제련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광산 개발 인허가 절차를 체계화하고, 석탄과 광물은 종류별로 내수시장 공급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4년에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조치가 처음으로 시행됐습니다. 시행 초기 혼란으로 2017년부터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한시적으로 니켈 원광 수출을 재개하기도 했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재선 이후 2020년 1월부터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정책이 다시 시행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니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원광 수출로 인한 수익 감소와 일자리 감소, 정부 세수 감소 등의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니켈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제 니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며,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산 니켈 제품의 수출 금액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2020년에 약 8억 달러였던 니켈 제품의 수출 금액은 2023년에 68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망에 약 30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와 같은 투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제 발전과 주요 산업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도네시아가 향후 니켈 공급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며, 세계 니켈 공급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인도네시아 투자 전망과 해결 과제
2분기 인도네시아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133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투자 확대가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2분기(4∼6월) 인도네시아에 13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인 싱가포르 46억 달러와 중국 39억 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1분기에 5억 달러를 투자해 7위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크게 투자를 강화했습니다.
이에 대해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매우 역동적인 현상”이라며, 한국 주요 기업의 진출로 인해 앞으로도 한국의 인도네시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요 전문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BCA 은행 데이비드 수무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한국이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투자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중국 대신 한국을 니켈 파트너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의 니켈 광산이나 제련소에 대한 중국 기업 지분을 줄이는 방법으로 한국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한국 기업들과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배터리 제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니켈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의 니켈 소비량은 9만 6,000톤이었지만, 2030년엔 18만톤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한 무역과 투자를 위해 우리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정세와 규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안전한 니켈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양국의 글로벌 신뢰 관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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