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지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양자 컴퓨터’입니다. 양자 컴퓨터가 몇 년 뒤에 상용화되면 AI 이상의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어, 현재 각국의 주요 기업은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왜 주목받고 있는지, 국내외 개발 현황과 함께 살펴봅니다.
왜 ‘양자 컴퓨터’인가?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계산 기계를 말합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정보 기본단위로 0과 1로 표현하는 비트(bit)를 쓰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1과 0을 동시에 처리하는 큐비트(qubit) 단위를 사용합니다. 비트는 ‘0’과 ‘1’로 정보를 표현하지만, 큐비트는 ’00·01·10·1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존 컴퓨터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다면, 양자컴퓨터는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슈퍼컴퓨터로 처리할 경우 100만 년 걸리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는 단 몇 시간 만에 풀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은 양자 컴퓨터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조금 더 효율적인 배터리, 탄소배출이 없는 비료,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의약품, 편리한 무인 물류 관리 시스템 개발은 물론, 효율적인 비행 제어와 기후변화 대처에도 양자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시장 경쟁, 양자 컴퓨터 기술 선점
양자 컴퓨터 기술 개발은 아직 시작 단계로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인도,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의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습니다. 미국은 2018년 국가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약 37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며,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영국은 국가 양자 전략에 따라 올해부터 10년간 25억 파운드를 투입해 양자 과학기술 및 비즈니스를 육성할 예정이며, 일본도 양자를 3대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이던 독일의 주요 산업은AI와 양자 컴퓨터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2020년대 초기 과잉 투자로 인해 스타트업 생태계 내 시장이 위기를 겪었으나, 강력한 독일 정부의 지원으로 AI, 양자 컴퓨터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위주의 테크 스타트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 정부는 향후 AI와 신소재 분야에서 2026년까지 양자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 눈에 띕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키푸 퀀텀(Kipu Quantum)은 치매와 파킨슨병 치료에 필요한 단백질 접힘 시뮬레이션을 양자 컴퓨팅을 통해 개선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개인별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보여집니다.
세계 최초로 규명한 양자 컴퓨팅 ‘나선성’ 원리
우리나라 역시 양자 컴퓨터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22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었고, 올해 양자이니셔티브 선언과 양자 과학기술 및 산업 육성법이 제정됐습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양자 관련 기업은 70여 개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며, 2030년까지는 1천 큐비트 이상의 확장기술 확보에 도전 중입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양자 컴퓨팅과 관련된 놀라운 연구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포항공대 연구팀이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에서 ‘나선성 전하 밀도파'(Chiral Charge Density Wave, CDW)‘ 발생 원리 등의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입니다.
‘나선성(Chirality)’은 물체가 자기 거울상과 대칭되지 않고 구별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오른손과 왼손처럼 거울상과 겹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나선성은 전자들이 특정한 대칭성을 가지지 않는 상태로 배열되는 것을 의미하며, 양자 컴퓨팅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구조입니다.
연구팀의 성과는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에서 나선성이 발현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찾은 사례로, 향후 스마트폰과 컴퓨터, 자동차 등 양자 물질 설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속화 되고 있는 ‘양자 컴퓨터 상용화’
빅테크 기업이 기술 개발을 가속하는 만큼 양자 컴퓨터 상용화 시기는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양자 컴퓨터 시장은 2035년까지 2천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제조와 소프트웨어(SW) 부문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 또한 관련 시장에서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자 컴퓨터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며 국가 IT 경쟁력을 크게 좌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바이오, 재료 과학, 금융 및 투자, 사이버 보안 등 양자 컴퓨팅 기술력을 갖춘 맞춤형 제품이나 솔루션 개발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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