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환 경제’라는 단어를 경제 기사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요. 지난 12월에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순환 경제란 무엇일까요?
선형 경제에서 순환 경제로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는 자원의 소모와 폐기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재생하고 재사용하는 것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입니다.
순환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은 기존의 선형 경제(Linear Economy) 모델로 인한 자원 낭비와 지속적인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선형 경제는 크게 ‘자원채취(take)-대량생산(make)-폐기(dispose)’라는 3단계로 구성되는데, 이 일직선 구조에서는 대량으로 자원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재사용되지 않아 폐기물로 남게 됩니다. 즉 선형 경제 모델은 자원 고갈과 대량의 폐기물 발생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인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형 경제에서 벗어나,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순환 경제에서는 선형 경제와 달리 자원을 최대한 장기간 순환시키면서 이용하는 것으로 자원 낭비를 줄이고 폐기물도 적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순환 경제, 재활용과 차이점은?
자원을 재생 및 재사용하는 순환 경제의 특징은 언뜻 재활용(Recycle)과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활용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존 제품의 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순환 경제는 적은 자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며 물건이나 자산의 생성 및 폐기를 짧고 빠르게 순환시켜 그 잠재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또, 재활용은 서로 다른 유형의 재료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제품을 분리해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되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 되지만, 순환 경제는 처음부터 다음 사용 주기를 고려해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료의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순환 경제가 필요한 이유
순환 경제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탄소 중립입니다. 선형 경제에서는 무한히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정된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탄소를 배출하는데요. 때문에 다량의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해왔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탄소 중립입니다. 탄소 중립이란, 전체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말합니다. 순환 경제는 재생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입니다. 특히 탄소 중립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 시멘트·플라스틱·철강·식품 산업 등에 순환 경제를 적용하면 2050년엔 약 93억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1년간 배출하는 탄소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순환 경제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경제 가치 창출입니다. 순환 경제는 자원을 재생 및 재사용하고 폐기물 처리 비용이 감소해 한정된 자원에서 더 큰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실제로 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순환 경제가 전 세계에서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2030년까지 4.5조 달러(약 5,3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순환 경제 실천을 위한 과제들
앞서 순환 경제와 재활용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였는데요. 이는 다시 말해 순환 경제는 순환 이후 새로운 경제적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순환 경제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원 재사용과 새로운 제품 생산을 통해 얻는 이익이 단순한 재활용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순환 경제에 맞는 새로운 생산 방식이나 공급 체인 구축 등 새로운 산업과 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양질의 폐자원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폐자원의 수집, 분류, 처리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죠.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12월 발표한 <기업의 순환경제 추진현황과 정책과제 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순환 경제 사업을 추진하며 느끼는 애로사항 1순위는 ‘양질의 폐자원 확보 어려움(29.3%)’이라고 하는데요. 순환 경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질의 폐자원을 수거 및 선별하는 인프라 개선이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대체기술 R&D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폐자원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이나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 재사용 가능한 대체 소재 개발 등 실제 자원을 재생 및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투자 역시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정책 수립 역시 필요합니다.
순환 경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입니다. 앞으로 순환 경제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해결은 물론 새로운 경제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는 순환 경제로 우리 모두가 더 빛나는 미래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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