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튀겨진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을 싫어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감자튀김으로 경제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패스트푸드의 단짝, 감자튀김과 경기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자튀김으로 알아보는 경제, 감자튀김 추가율
감자튀김 추가율(Fry Attachment Rate)은 ‘소비자가 식당에서 식사에 감자튀김을 추가해 주문하는 비율을 추적하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왜 감자튀김 추가율이 의미 있는 경제지표가 될 수 있는 걸까요?
감자튀김 추가율은 사람들이 얼마나 감자튀김을 많이 소비하는지를 바탕으로 경기 침체와 소비 강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에서 유래한 각국의 구매력을 평가하는 지수 ‘빅맥 지수(Big Mac Index)’처럼 음식을 이용해 경제를 들여다보는 것인데요.
감자튀김 추가율이 증가한다는 건 저렴한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라 경기가 나빠졌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이 지표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진 것은 맞지만 ‘주메뉴’가 아닌 ‘부가 메뉴’인 감자튀김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건 탄력적인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인데요. 높은 물가 탓에 저렴한 패스트푸드를 선택하지만 그럼에도 감자튀김을 구입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풀이입니다.
고물가에 소비자의 선택은 ‘패스트푸드’
그렇다면 지금 감자튀김 추가율은 어떨까요? 미국의 1위 감자튀김 제조사인 램 웨스턴(Lamb Weston)에 따르면 최근 감자튀김 추가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감자튀김 열풍에 힘입어 램 웨스턴의 주가가 올해 여름 사상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가가 높아지면서 패스트푸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감자튀김의 인기 역시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기업인 맥도날드는 지난 3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67억 달러, 순이익 역시 17% 늘어난 23.2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지난 10월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산하 식품산업통계정보 사이트 ‘더외식’에 따르면 4분기 외식산업 경기 전망 지수는 83.85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1.13포인트 급락했습니다.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업 역시 89.94로 전체 평균보다는 높지만 큰 차이는 아닙니다.
이처럼 낮은 전망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기 이전과 비슷한데요. 경기 전망 지수는 외식업계의 매출과 종업원 수 전망 등을 수치화한 지표로 100을 넘으면 외식업 경기가 좋아지리라 전망한 업체가 많고, 100 이하면 반대를 뜻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패스트푸드는 성장세에 있는데요. 지난 10월 23일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서울 지역 패스트푸드 업종의 9월 매출은 2,573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습니다. 이는 서울 전체 외식 업종 매출 증가율(4.97%)의 2배 이상입니다. 9월 한 달간 새로 문을 연 패스트푸드 매장 수 역시 137개에 달했습니다. 외식 물가가 계속 높아지며 저렴하고 부담이 적은 패스트푸드점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식품업계, ‘가성비’를 넘어서 ‘가잼비’로
이처럼 고물가로 인해 저렴한 식품인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단순히 저렴한 것만으로 인기 있는 식품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에서 발표한 ‘고물가 소비 영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가 부담으로 가장 늦게 소비를 줄인 항목 1위는 식품(51.8%)이었는데요. 불경기로 소비를 줄이고 있지만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무작정 줄이지 않고,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해 소비하는 것입니다.
또,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제품이 아니라 재미까지 챙길 수 있는 ‘가잼비’ 제품이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8인분 컵라면 등 기존 제품보다 훨씬 용량이 커진 특대형으로 출시된 브랜드 PB 제품들이 기존 제품을 제치고 매출 1위에 등극하는 등 이색적이면서도 가성비 좋은 제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경기에 매운 음식이 인기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자극적인 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심리로 수요가 증가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국내 유명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A사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매운’, ‘HOT’ 등의 단어가 이름에 포함되는 상품 수는 지난 2021년 117개에서 올해 174개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또, 해당 상품의 매출 역시 올해 2~4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1.9%나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감자튀김을 통해 경제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사실 감자튀김 추가율처럼 일상적인 대상을 활용한 비공식 지표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남성 속옷 지수(men’s underwear index)나 미국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가 만든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 등이 대표적인데요. 소비는 경제에 직결되어 있는 만큼 대중의 소비를 들여다보면 경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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