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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유 가격이 크게 인상되며 생크림, 버터 등 유제품 역시 줄줄이 인상되었습니다. 이렇게 원유(原乳) 가격 상승으로 유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우유를 뜻하는 밀크(milk)와 물가 상승이라는 의미의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밀크플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최근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점점 더 비싸지는 우유, 밀크플레이션

원유 가격이 올해 리터(ℓ)당 947원에서 49원 인상한 996원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생산자와 유업계의 가격조정 협상이 길어진 점을 고려해 올해 연말까지는 한시적으로 3원을 추가 지급하여 999원을 유지하기로 하였습니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된 이후 두 번째로 큰 폭의 상승인데요. 이에 따라 시중에 판매되는 흰 우유의 가격 역시 업체별로 5~8%가량 인상되었습니다.

문제는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서 치즈, 버터, 빵류 등 관련 가공식품 가격 역시 함께 오른다는 것인데요. 환율 상승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미 일부 유제품 가격이 올랐는데, 원유 가격 상승으로 또다시 유제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특히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큰데요. 음료뿐만 아니라 케이크 등의 디저트 품목에도 유제품을 사용하는데,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달걀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산 우유가 유독 비싼 이유

국산 우유의 비싼 가격에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증가하였는데요. 그런데 왜 국산 우유는 수입산 우유보다 비싼 것일까요?

그 이유는 국내 우유 가격이 수요에 따라서 책정되는 게 아니라 생산비와 연동되는 ‘원유가격연동제’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탄생한 배경에는 2010~2011년 유행했던 구제역이 있습니다. 당시 구제역으로 젖소 수가 급감하여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가격이 폭등할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낙농업자를 보호하고 원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하여 생산 비용에 원유 가격을 연동하는 제도를 만든 것인데요. 젖소의 젖은 주기적으로 짜 주어야 하고 젖의 저장 기간이 길지 않다 보니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농가의 생산 비용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보니, 지금처럼 우유 소비가 줄어들어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 농가 입장에서 생산 비용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겼는데요. 한국 농가는 본래 대농장이 많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비교적 영세하여 생산 단가가 높은 데다가 정부에서 생산 비용을 보전해 주니 굳이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 원유 가격의 상승률은 72%로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의 10%대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원유가격연동제를 폐지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는데요. 원유를 마시는 우유인 ‘음용유’와 유제품을 만드는 우유인 ‘가공유’로 구분해 각기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특히 원유 생산이 과잉일 때는 생산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원유 가격을 생산 비용 증가액의 -30%까지 인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가공유의 가격을 낮추어 유제품 가격 인하를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소비자가 구입하는 흰 우유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유제품 가격 상승, 사실은 우유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유제품 가격 인상이 반드시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제조 원가에서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우유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유제품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것인데요. 특히 치즈나 버터 등의 유제품은 대부분 값싼 수입산 가공유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영향이 적어서 유제품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입니다.

이미 지난 11월부터 많은 유제품들이 적으면 5%에서 높으면 25%가량 가격이 인상되었는데요. 이에 대해 유업계에서는 원유 외에 다른 원료나 포장재 등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제품 운임비용 등 전반적인 생산 비용이 증가하였던 것이 누적되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인상폭을 최소화해달라는 정부의 의견과 위축된 소비 상황으로 인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원유 가격 인상은 모든 식음료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물가 상승에도 기여해 소비자에게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요. 내년 새롭게 도입되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낙농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나날이 치솟는 유제품의 가격까지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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