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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해 물류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와 화물연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철강 산업 일시정지하고 전국 곳곳의 주유소에서 기름이 동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인데요. 화물연대가 이처럼 총파업을 개진한 배경에는 ‘안전운임제’가 있습니다.

안전운임제란?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지급되는 최소한의 운송료를 규정한 제도로, 지난 2018년 만들어진 이후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화물 운송 종사자의 운송료가 지나치게 적으면 소득을 충분히 높이기 위해 과로나 과적, 과속 운행을 하게 되는데요. 이를 방지해 교통안전을 확보하자는 것이 안전운임제의 취지입니다. 즉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현행 안전운임제는 모든 화물 운송 종사자가 아닌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서만 3년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는데요. 공표된 수준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나 운수업체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얻은 가장 큰 효과는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입니다. 실제로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화물 차주 약 1,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이후 과속 경험 비율은 32.7%에서 19.9%로, 과적 경험 비율은 24.3%에서 9.3%로, 졸음운전 경험 비율은 71.8%에서 53.3%로 각각 감소하는 등 실제로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일몰제: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제도를 해가 지는 현상에 비유하여 ‘일몰제’라고 부릅니다. 일몰제는 법률이나 규제가 만들어지는 당시와 여건이 달라져 해당 법률이나 규제가 더는 필요 없어졌는데도 한번 만들어진 법률이나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한 이유는? ‘안전운임제 법제화’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로 내년부터는 효력을 잃습니다. 따라서 화물 운송 종사자로 구성된 화물연대에서는 안전운임제를 일몰제가 아닌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여 파업에 나선 것이죠.

또한 경유 가격이 폭등해 유류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으나 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노동자들이 소득 감소를 겪고 있어 운송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전체 물류의 6.5% 정도로 한정된 적용 대상을 전 차종과 전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화주-정부, 좁혀지지 않는 이견


문제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화물연대와 화주, 국토교통부 간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화주 측은 안전운임제로 인해 육상 운송료가 30~40%가량 상승해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이와 같은 물류비 증가가 수출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이죠. 실제로 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컨테이너 화주 43.5%와 시멘트 화주 80%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컨테이너 운수사와 시멘트 운수사는 각각 45%와 20%가 안전운임제 폐지에 찬성하였습니다.


정부에서는 현행 보고서만으로는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안전운임제 시행 전후 12시간 이상 운행 차주 비율이 컨테이너는 27.7%, 시멘트는 22.6% 감소하는 등 과로나 과적은 줄어들었으나, 화물차 교통사고는 690건에서 674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다시 745건으로 증가했고, 사망자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교통사고 예방 효과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이죠. 실제로 해외 전문가들 역시 1~2년의 짧은 기간 진행된 조사로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따라서 정부는 안전운임제 법제화가 아닌 일몰제 3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로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자 정부는 화물연대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습니다. 파업으로 인해 국내 산업 전반에 큰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안전운임제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물류 대란이 경기 침체 장기화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화주와 화물 운송 종사자, 정부가 모두 조금씩 양보해 완만히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업무개시명령: 국토부 장관이 운송 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업무에 복귀하도록 내리는 명령으로,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면허 취소 등에 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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