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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가 지속되고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과의 통상 마찰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9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무역수지 역시 연이어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요. 늘어가는 수출과 달리 수입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우려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하반기도 ‘신바람’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9개월 연속 플러스 기조를 보이며, 무역수지 또한 1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인 231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 속에 대외 여건이 일부 개선되면서 강한 회복세를 보인 반도체뿐 아니라 그 외 품목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인 덕분인데요.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역대 6월 중 최대 실적인 134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자동차 수출도 최근 60억 달러 선을 보이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역별 수출도 9대 주요 수출 지역 중 5개 시장에서 수출이 증가했고,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은 11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4년 3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 조사(EBSI)’ 보고서를 통해 국내 수출 기업들의 3분기 수출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부는 수출 호조세를 가속하기 위해 수출금융을 5조 원 늘려 365조 원을 공급하고, 5대 시중은행 수출 우대 상품도 2조 원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나프타·LPG 제조용 원유 및 나프타·LPG에 대해 연말까지 관세율 0%를 적용하고, 글로벌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수출입·통관 관련 규제와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입니다.

수출 증가에 가려진 ‘마이너스’ 수입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수입액은 1년 전보다 7.5% 감소한 490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으며, 올해 상반기 수입은 3,11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했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수입은 지속적인 마이너스 기조를 보여 왔는데요. 2022년 12월부터 18개월 동안 수입 증감률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단 2번뿐이었습니다.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 무역수지는 흑자가 됩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규모인 231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수입이 계속해서 감소 추세라는 것은 곧 국내 소비력이 줄어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 품목은 에너지, 그리고 각종 재화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소비재 등입니다. 에너지와 중간재는 수입이 늘고 있지만, 실제 소비 심리와 맞닿아 있는 소비재 영역의 수입은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산업 생산, 수출 필수재인 반도체는 수입이 증가한 반면, 의류나 전화기 같은 소비재 수입은 감소했습니다. 소비재 수입이 무려 20.4%나 감소하면서 전체 수입도 전년 대비 2%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한국 경제 흐름에 대해 “수출 회복세가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기 개선세는 다소 미약한 수준에 머무르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수 부진의 주요인으로는 고금리 기조가 지목됩니다. 높은 금리에 소비,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건설 분야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5월 소매판매액은 전월에 비해 2.2% 감소해 감소 폭이 -3.1%로 집계됐습니다. 승용차, 의복, 전화기, 음식료품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확대됐으며, 숙박 및 식음 업장 등 서비스 소비 역시 둔화 흐름을 지속했습니다. 물가가 올랐는데 그만큼 쓸 여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소비력이 둔화하면서 계속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황형 흑자, 극복 방안은?

이처럼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거나 흑자 규모가 커지는 현상을 ‘불황형 흑자’라고 합니다. 지금은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불황형 흑자라고 보긴 어렵지만, 소비재 수입이 감소하는 경기 둔화 상황을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목소리입니다.

계속해서 증가하는 수출 실적에 내실을 더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기 회복이 필요한데요. 전반적으로 위축된 국내 소비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노력이 내수 활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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