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영 광산기업들이 핵심 광물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 것입니다. 특히 인도석탄공사(Coal India)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흑연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흑연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광물 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인도
지난해 6월, 인도 정부는 인도의 핵심 광물 30개를 선정하고 광물 안보를 달성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핵심 광물에는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 흑연, 리튬, 희토류 원소(REE) 등이 포함됐습니다. 인도 정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은 광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의 45%를 감축하기 위해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의 가계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가전제품과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 핵심 광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리튬과 코발트, 니켈과 구리 등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은 전체 수입량의 54%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인도가 광물 안보를 중요하게 다루게 된 데에는 핵심 광물을 공급하는 중국과의 갈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델리대학교(Delhi Unifersity)의 아비셰크 샤르마(Abhishek Sharma)는 외교전문잡지 더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 인도와 중국이 국경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는 점이 인도가 광물안보를 중요하게 다루는 요인이라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흑연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2022년 전기차 배터리 세계 공급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흑연 생산지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중국이 천연 흑연 채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의 흑연 가공 공정도 7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채굴부터 가공까지 흑연의 모든 생산 과정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인도 국영 석탄업체인 인도석탄공사가 배터리 핵심 광물인 흑연 프로젝트에 진출하기로 나섰습니다. 인도석탄공사가 석탄 이외의 광물을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도석탄공사는 최근 인도 광업부로부터 흑연 탐사·채굴을 위한 복합 라이선스를 부여받았습니다. 향후 주 정부에 흑연 가치의 150.05%에 해당하는 채굴 프리미엄을 지급하면 인도 마디아 프라데시주 알리라즈푸르 지역 카탈리 초티(Khattali Chhoti) 흑연 광구에서 본격적으로 채굴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인도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돼 있습니다. 인도는 석탄 외에도 국내외 핵심 광물에 집중하기 위한 특별팀을 구성했고, 회원국간 공급망 협력체계 강화를 목표로 하는 IPEF 공급망 협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흑연 없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제 못 만든다
흑연은 주로 철강 산업에 사용되는 광물로 알려졌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이기도 합니다. 최근 전기차 판매 급증에 따라 흑연에 대한 수요도 함께 급증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전기차 한 대당 평균적으로 흑연 50~100kg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하며, 이는 리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양입니다.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흑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2030년도까지 120억 달러의 투자와 2035년까지 97개의 새로운 광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핵심 광물 및 에너지전환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젝트 블루(Project Blue)’ 역시 흑연 수요 급증으로 인해 2025년도부터 본격적인 공급 부족이 시작되고,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8만 톤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공급망 협정 발효한 우리나라, 흑연 확보 안정화 가능할까?
인도와 같이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천연 흑연의 대부분(89.6%)을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같은 해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양극재의 원 광물인 니켈과 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각각 65%, 59%인 반면 천연 흑연은 약 94%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흑연 수입에 대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지난 4월 17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을 발효했습니다. IPEF는 핵심 광물 등 주요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광물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IPEF를 비롯하여 인도의 흑연 사업 진출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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