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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과 가뭄, 홍수, 산불 등의 자연재해로 휘청거리던 곡물 시장이 최근 전쟁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 위기’. 이 위기에 대해 전 세계가 굶어 죽을 판이라는 표현도 나올 정도인데요. 곡물 시장과 가축시장의 충격으로 기아인구 급증과 소요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 급등, 철광석 등 자원의 가격 급등으로 철강·반도체·자동차 업계 역시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였는데요.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곡물 시장에 위기를 가져온 까닭은 간단합니다. 이 두 국가가 수출하는 곡물의 양이 그간 어마어마했기 때문인데요. 지난 5년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소맥(밀)의 약 30%, 옥수수의 약 17%를 생산했습니다. 가축 사료로 주로 쓰이는 보리 역시 약 32%를 생산했고, 해바라기씨유는 무려 75%가 이 두 곳에서 생산되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로 금융 거래가 중단되어 식량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고,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로 인해 주요 수출로인 흑해가 막히면서 수출의 상당 부분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우크라이나 농지대의 30% 정도는 전쟁의 포화에 휩싸여 농업이 사실상 중단되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곡물 생산량은 더더욱 감소될 전망입니다.

곡물 생산량의 감소는 곧바로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지난달 식료품 가격이 40년 만의 최대치인 8.6%나 상승했습니다. 또, 아르메니아, 몽골, 카자흐스탄, 에리트레아 같은 국가들은 그동안 밀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수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곡물 가격의 상승은 단순히 곡물의 사용한 식료품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닙니다. 가축을 키우는 데에 필요한 보리 등의 곡물 가격 역시 급등했기 때문에 육류와 우유 역시 엄청난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식료품 물가 상승은 지구촌 곳곳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존에 이미 식량난을 겪고 있던 아프리카나 중동의 국가에서는 소요 사태가 발발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식품 수입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던 튀니지는 경제 붕괴 위기에 직면하였으며, 모로코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2차 대전 이후로 지금과 같은 위기는 없었다”라고 말하였는데요. 당장 식량난을 돌파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 안보가 취약한 국가나 빈곤국은 앞으로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듯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할 때 식량 안보 역량이 부족한 국가는 큰 피해를 입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2%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섭취하는 곡물인 쌀의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밀이나 옥수수와 같은 다른 곡물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축 사료로 소모되는 곡물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현실적으로 한 국가가 모든 식료품을 생산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또 언제 요동칠지 모르는 국제 식량 가격에 대비하여 탄탄한 식량 안보를 갖출 필요는 있습니다.

첫째로는 식량 국내 공급 능력을 최대한 높이고 식량 수입원을 다원화해야 합니다. 또, 개발도상국 등의 농업개발프로젝트에 대한 원조 사업으로 식량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추가적인 회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기후 변화 등 전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부르는 원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협력에 힘써야 합니다.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가격 폭등이 일어난 건 비단 식료품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철용 원료탄과 자동차 부품, 반도체 소재, 희귀 천연가스 등의 공급망이 붕괴하여 제철과 자동차 시장의 피해 역시 막심한데요.

러시아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폭스바겐 그룹, BMW, 현대차그룹 등은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었고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의 부족으로 생산 중단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전기자동차 역시 니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 가격의 상승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지난 3월 15일 대표적인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 등의 가격을 400만원 이상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네온과 크립톤 등 반도체 소재의 가격 역시 널뛰기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TV, 냉장고, 세탁기 등가전제품의 가격 역시 빠르게 인상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촉발된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또 하나의 거대한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요.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을 비롯해 전쟁의 영향으로 고통 받는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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